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넬노트법의 탄생배경은 무엇이지, 작성방법과 특징, 일상적인 메모에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코넬노트법, 탄생 배경
코넬노트법이라는 명칭 정도는 대부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왼편에 세로줄이 그어진 노트 양식은 대부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코넬'이 미국의 '코넬대학교'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 대학 문구점에 가면 학교 마크가 찍힌 '코넬노트'를 팔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찾아보니 1950년대 코넬대학교의 한 교육학 교수(월터 파우크)가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목적으로 만든 필기법이라고 한다. 좀 더 자세한 스토리를 알고 싶어 조사해 봤지만 코넬노트법의 고안에 대한 설명은 더 찾을 수 없었고 월터 파우크 교수에 대해서는 이름 이외에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 정보를 조사해서 코넬노트법의 탄생배경을 파악해 보았다. 코넬대학교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로 학업 난이도가 매우 높아 학생들의 행복도 조사 결과가 하위권으로 나타날 정도라고 한다. 졸업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들도 많고(61명) 미국에서 의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공부를 굉장히 많이 시키는 학교인 듯하다.) 앞서의 간략한 설명에 포함된 '학습 향상을 목적으로'라는 말이 생각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 코넬노트법이 고안된 미국의 1950년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베트남 전쟁이 1955년부터 시작되었고 미국은 1968년에 참전하게 되는데 1950년대 까지가 미국의 전성기였다고 한다. 물질적으로는 전성기였는지 모르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이때까지도 여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하지 않았고 1960년대까지 미국 여성들의 권리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은행계좌도 개설할 수 없었고 배심원이 되거나 법을 집행하는 일을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냉전 시대를 1947년부터 시작으로 본다면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의 시대였다고 추측된다. 아마도 이때의 억압이 베트남전 참전과 함께 1960년대의 반전 운동, 히피문화의 배경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입시 압박을 떠올리게 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배경이 1959년도인 것을 생각해 보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또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엄청 해야 하는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월터 파우크가 교육학 교수였다고 하니 학업 성과를 높이는 방법론 측면에서 노트법을 만들었을 것 같고 당시의 학업열이 노트법을 널리 퍼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게 한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코넬노트 작성법
코넬노트 작성법은 구체적이다. 우선 노트의 한 페이지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눈 서식을 만든다. 우리가 시중에 판매되는 노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식이다. 16절 노트를 기준으로 할 때 왼편으로 대략 2~3cm 정도 간격을 두고 세로줄을 그어 영역을 구분한다. 줄을 기준으로 왼편이 '큐(Cue)' 영역이 되고 오른펴느이 넓은 공간이 '노트' 영역이 된다. 그리고 하단에 가로줄을 그어 아랫단을 '요약' 영역으로 구분하면 코넬노트의 세 가지 영역이 완성된다. 보통 코넬노트라고 판매되는 제품들은 아랫단의 '요약' 영역이 그어져 있는 경우는 잘 없는데 (개인적인 기억에 근거하면 그렇다.), 그 이유는 코넬노트의 사용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6R 시스템'을 보고 나서 짐작할 수 있었다. 노트 서식이 준비되었다면 6R의 첫 단계는 '기록'(Record)이다. 보통의 노트 필기나 메모 방식으로 기록하는 단계이다. 여기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적는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데 상식적인 '첨언'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글의 뒷부분에서 설명하겠다. 2번째 단계는 '축약'(Reduce)이다. 필기한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함축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키워드를 찾는 것이다. 키워드는 추후에 노트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Cue)가 된다. 내용을 완전히 습득한 후에는 이 Cue들만으로도 전체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노트한 내용에 대해 질문 사항을 적는 것으로 설명하는 자료도 있었는데 아마 수업 필기를 가정해서 설명한 내용인 것 같고. 노트를 하면서 떠오른 특기 사항은 다 적으면 될 것 같다. 이후에 '요약' 영역에 모아서 정리해 주면 될 것이다. 3번째 단계는 '암송'(Recite)이다. 노트 내용을 토씨까지 암기한다는 식은 아니고 Cue를 보고 노트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로 생각된다. 4번째 단계는 '반추'(Reflect)이다. 찾아본 자료에서는 '노트 필기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숙고하는 단계'라고 한다. 보통 메모를 할 때는 잘하게 되지 않는 과정이다. '복습'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5번째 단계로 '복습'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는 구별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5번째 단계는 '복습'(Review)이다. 4단계까지의 과정을 통해 정제된 노트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원래 목적대로 공부하는 단계이다. 보통의 일상 메모에서는 이행되는 경우가 잘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일상 메모라 해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내용을 복습하면 남다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업무 영역이라면 성과의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보통 보고나 성과물의 작성을 위해 내용을 만들고 나서 다음에 동일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조사를 하거나 과거 성과물을 뒤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지식 체계 안에 필요한 내용들을 자리 잡아두고 반복적으로 학습해 둔다면 업무에 있어서 효율성은 상당할 것이다. 6번째 단계는 '요약'(Recaptitulate)이다. 학습의 관점에서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추출해서 적는 정도가 될 것이고 앞선 단계들을 거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후속 처리 사항을 적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 6R 시스템을 보면 코넬노트법의 목적이 지식의 구조화된 습득(간단히 말해 '공부')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6R 단계를 'R'로 시작하는 키워드로 만든 것부터가 'Cue'를 활용하는 방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코넬노트법의 방법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기록'을 Writing이 아니라 Record로 쓰는 식으로 일부러 'R'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전단에서 언급했던 일반 코넬 노트 양식에 '요약' 영역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6R의 전반 5단계가 끝난 이후에 직접 '요약' 영역을 만들라는 의미가 아닐까? 디지털 정보가 아닌 실재 노트라면 요약 영역의 구분선은 노트 부분 작성이 끝난 후에야 정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코넬노트법의 중요 특징, 필요한 내용만 기록하기
보고 듣는 내용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만 기록한다. 여기서 '필요'의 기준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될 것이다. '알고 있다'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시험을 앞두고 한 번 머릿속에 넣은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구구단이나 주민등록번호 정도로 확실히 각인된 지식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확실히 각인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두뇌에 체계화된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코넬노트법은 체계화된 기존의 지식 체계에 새로 입력되는 정보를 더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집중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다른 전문가의 얘기를 들을 때 자신이 모르거나 토론을 위해 짚어야 할 부분을 선택적으로 기록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4단계 '반추'(Reflect)에서 이런 지식의 구조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반복적으로 책을 읽으면 처음 볼 때는 몰랐던 부분을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깨닫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처음에는 그와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한 단계라고 여겼다. 하지만 코넬노트법을 조사하다 보니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해가 되었다. '숙고'의 단계는 필기한 내용을 자신의 기존 지식 체계에 맞게 자리를 잡아 두는 단계로 생각된다. 라면 끓일 때 물조절 양에 대한 팁이라면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라면 노하우의 어느 단계에 어떻게 위치시킬지를 생각해 보는 식이다. 라면을 끓이는 과정으로 목차를 잡고 각각에 필요한 수치를 기록하는 형태가 기존의 지식체계였다면 물을 붓는 단계에 해당 필기 내용이 위치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축소' 단계에서 했던 것 이상으로 정보를 더 줄이거나 다시 추가할 수도 있고 기존 지식체계와 상충되는 부분을 조정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필요한 내용'에 대한 판단은 이와 같은 기존의 체계화된 지식체계가 있을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코넬노트법으로 체계화된 지식체계를 갖추면 추가적으로 기록해야 할 '필요한 내용'의 양을 최소화시켜 효율적인 메모가 가능할 것이다.
코넬노트법의 범용적인 가치
코넬노트법은 수업 필기처럼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상황에 적합한 기록 방식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일상적인 메모의 경우 학습을 고려하지 않고 기억의 보조 목적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그대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용도에도 코넬노트법을 활용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활용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범용적인 기록 상황에도 통용되는 유익한 장점을 코넬노트법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메모를 할 때 분류에 해당하는 표제를 붙이고 하위에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표제가 내용을 소단락으로 구분해 주어 나름 체계적인 모양새를 만들어 준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급하게 메모를 하거나 기록할 것이 많을때는 이런 방식을 지키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데는 딱히 별다른 이점이 없는 방법이다. 코넬노트법은 나의 방법과 반대로 기록을 먼저 하고 내용을 상기시킬 수 있는 '단서'들을 붙이는 방식이다. '단서'들이 자리하는 위치는 내가 소단락의 제목을 붙이는 곳에 해당한다. 다른 점은 처음 기록을 할 때부터 기억 속에서 다시 불러오기 쉽도록 장치를 만들어 둔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기억을 다시 출력시키는 것에도 유리하지만 기록해야 할 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내가 원래 사용하던 단락을 나누고 표제를 붙이는 방식은 보고서를 기록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형식이다. 익숙하기 때문에 메모 작성에도 부지불식간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해야 할 양이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다. 기억의 재현을 위해 최적화된 방법도 아니다. 효율성 면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들리거나 보이는 대로 기록하는 것보다도 불리하다. 요약하자면 코넬노트 방식을 도입하면 기억의 재생에 필요한 요점만을 선택함으로써 기록해야 할 정보량을 줄이고 효율적인 메모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기록 상황에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글의 후반에 얘기하겠다고 했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만 적는다'라는 단서 조항이 단순한 첨언이 아니라 핵심적인 요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코넬노트법은 단순한 학습 노트 방법이 아니라 모든 기록 상황에 적용할 만한 범용적인 가치를 가진다.